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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연극

Cyrano de Bergerac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챦음 2020. 3. 9. 19:25

Playhouse Theatre, London / 2020.01.22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를 보고싶다! 연극하는 제임스 맥어보이를 보고싶다!해서 보러 간 공연. 가기전에 힘내서 원작을 읽었는데 초반에 뭔소리냐 싶은 부분만 좀 지나면 술술 읽히는 얇은 희곡이다. 중반부까지는 가볍고 후반부는 약간 감동적..?인 사랑이야기인데 꽤 재미있다. 그리고 록산을 짝사랑하는 시라노의 마음앓이를 제임스 연기로 볼 생각을 하니 너무 기대되고ㅋㅋㅋㅋ코믹한 부분의 연기도 기대되었다. 크리스티앙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연극 시작하고 딱 봤을때 내 취향으로 잘생긴 배우고 록산도 쾌활하고 귀여운게 너무 기대 되었는데....아.......그랬습니다.....마틴 크림프가 각색한 버전으로 만들었는데 아.....아무튼 올리비에에 노미니도 많이 되었고(아...) NT Live로도 만들어져 극장에 걸렸습니다.. 아직 한국은 예정에 없는 것 같지만 아무튼 홈페이지는 여기 있다.

 

Cyrano de Bergerac: Cinema Screenings & Ticket Booking - The Official Showtimes Dest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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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anodebergerac.ntlive.com

요즘 자꾸 틈만 나면 머리를 미는 제임스 맥어보이때문에 유머리 사진이 포스터로 쓰여서 기대를 하였으나 개막하고 먼저보신 ㅅ님이 머리 밀었다고 하시기에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대신 코 분장도 안하고 나온다고 했지만 나는 코분장하면 귀여울 것 같아서 살짝 실망했음.ㅋㅋㅋ그러나? 이 극은 코 분장하면 개 열불나는 극이었습니다. 

 
현대의 일처럼 느껴지게 각색을 많이 하고 쳐낼 곳은 쳐낸 공연이었는데, 그래서 극장에서 저 사람인가 아니면 저 사람인가 자네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했던 여인이?하면서 찾는 장면이 저 사람은 너무 어리고 저 사람은 크로스드레서고 그걸 크리스티앙이 크로스드레서가 뭐야?하면 설명해주면서 아 이 친구가 뭘 몰라도 착한 친구니까 좋게 봐주세요~젠더퀴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얘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단 재미가 없어... PC함 챙기는 것 좋지요.. 근데 재미가 없다고... 그렇게 얘기했던 퀴어함이 극 중에서 계속 언급되거나 다뤄지냐 하면 아니라고요.ㅋㅋㅋ열불남. 그걸 또 시작부터 하고 가니까 우리 이렇게 신경 쓴 극입니다~알아주십쇼ㅎㅎ~하는 거 같아서 좀 싫었다.ㅋㅋㅋ그래도 나름 신경쓴 거 같긴 하지만 캐스트의 다양성이나 좀 더 신경 써주던가 보여지고 싶었던 건지 그렇게 보인건지 자꾸 일부러 챙긴게 보여서...좀...시작부터 거부감 들기 시작.

무대는 마이크 스탠드 세대만 덩그러니 있고 나무 상자처럼 빈 무대에서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나면 뒤 합판이 위로 올라가면서 무대 뒤가 열린다. 그러면 시라노 제임스가 등장한다. 등장하면 무대 뒤쪽을 보고 앉아있고 맞은편에 거울이 있어서 제임스의 얼굴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꾸 그쪽을 보고 주목하게 됨.. 노린 것 같다. 제임스가 뒤를 보고 낮은 목소리로 대사를 치는데 얼굴은 안보이고 목소리도 낮고 하니까 자꾸 그쪽을 보게 된다. 전에 서울서 봤던 <시련> 무대석 연출이 이런 걸 의도 했던 걸까..? 아무튼 여전히 저의 취향은 아니었네요.. 시작부터 빈 무대와 (개인적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 불안한 각색으로 걱정이 되었다.

록산 등장하는 빵집 장면에서 라그노가 엄청나게 오랜 시간동안 i love words, that’s all이라고 쓰는 연출은....왜 한 건지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연극을 너무 오래전에 보고 생각하는 것도 관둬서 내가 조금이라도 직관적이지 않으면 생각하기 싫어하는 것인지.. 아님 그냥 싫은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음.. 둘다겠죠?ㅎㅎ이 빵집에서 크리스티앙이 시라노와 처음 만나서 얘기하는데 원작의 크리스티앙은 멍청하고 찌질하지만 악하지는 않고 잘생긴 청년이면 이 극의 크리스티앙은 멍청하고 자존감이 엄청 쎄서 오만하기까지 한 (내 기준)잘생긴 청년이었다. 원작의 크리스티앙은 멍청하고 눈치없어서 하는 말실수면 이 극에서는 크리스티앙이 일부러 시라노를 자극한다. 뭐임? 시라노가 화나도록 얄밉게 코 얘기를 계속하고 자극하는데 뒤지고싶은건가? 근데 문제는 왜 자극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성질머리를 다 긁어서 뒤집어놓았는데 록산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시라노는 참아주고 받아준다. 가스콘들은 뭐지..?했다가 아 놀려도 되는갑다하고 놀리기 시작하는데 빡친 젬스 시라노 너무 귀엽..ㅋㅋㅋㅋ원작에서도 좀 그렇지만 이쪽이 더 괴팍한 시라노같다. 록산이 시라노랑 만나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설명해주다가 시라노가 자기인줄 알고 김칫국을 드링킹하기 시작하는데 록산이 잘생겼다고 말하자마자 시라노 가슴 철렁하면서 하하..하고 크리스티앙인걸 알아채는 장면이.....제임스 연기가 정말 너무 좋았다....상처받는 연기 최고야....시라노가 김칫국드링킹하면서 록산 손을 잡았던걸 슬쩍 빼는데 좋다....그 이후에 시라노가 크리스티앙한테 내가 너 대신 편지를 써주겠다고 제안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제임스 발에 마이크 선이 걸려서 마이크 스탠드가 넘어졌다. 쿵 소리 나기 전에 잡긴했는데 많이 당황했는지 마이크도 하나 못가누네;했는데 사람들이 다 응원의 의미로 박수쳐줌.ㅋㅋㅋㅋㅋㅋㅋ잠깐 시라노에서 맥어보이로 돌아와서 머쓱하게 웃고 박수가 잦아들때까지 기다리다가 시라노로 돌아가서 실수하기 전 대사를 쳤는데 귀엽다..귀여운데 내가 싫어하는 그런 상황이다.ㅋㅋㅋㅋㅋ실수해도 웃으면 안되는거아닙니까 님아!ㅋㅋㅋㅋㅋㅋ그리고 박수 왜 쳐!!!!!!!!!!!내 예상대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튀는 대사들로 원작의 유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하고 나머진 다 무겁게 처리했다.. 록산이 전쟁에 끌려가는 크리스티앙을 보면서 시라노에게 잘 부탁한다고 크리스티앙을 살려달라고 하는데 예당에서 안티고네 보던 기억이 떠오름.;;

그러고 1막이 끝났는데 너무너무 긴 느낌이 들었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면 2시간이 1막이고 2막이 1시간 이런식이었는데 왜..이런 구성을... 아무튼 시간이 긴 것보다 알 수 없이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대 위에 있는 제임스 연기는 계속 봐도 안지겨운데 이렇게 지겨운건지.. 그래도 2막이 짧고 시라노최애 시점으로 재미있는 장면이 더 많이 있으니까 빨리 지나갈 줄 알았다. 그땐 그랬지..아이스크림같은 걸 사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좌석 사이가 너무 좁아서 안가기로 했는데 할 걸 그랬다. 2막까지 다 보고 나면 너무 힘들었다.

2막에선 크리스티앙 죽기 전까지 별로 좋거나 싫거나 한 점 자체가 없다.. 2막이 진행되다가 크리스티앙이 록산이 사랑한 남자는 내가 아니고 당신이니 가서 고백하라는 말을 하고 크리스티앙이 전쟁터로 나가서 죽고 시라노가 고백하려다가 크리스티앙의 죽음을 알게되고 고백을 영원히 못하게된다. 최고로 비참하고 내가 좋아하는 장면인데..원작에서는 크리스티앙이 시라노에게 편지 대필을 부탁할 때도 그렇고 난 멍청하고 당신은 똑똑하고 글을 잘쓴다는 식으로 계속 시라노는 자신이 될 수 없는 엄청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시라노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질투도 살짝하고 그러다 뛰어나가는데... 이 극의 크리스티앙은 계속 맘대로 안되는게 견디기 힘든건지 틱틱거리고 시라노 코나 놀리고 오만하게 굴고 그러니까 이 장면에서 좀 이상하겠다 생각했다. 근데 편지를 몇통을 썼냐고 물어보고 매번 그 전쟁터를 넘어서 편지를 몇통을 써다줬다니까 크리스티앙이 그냥 시라노한테 키스하고 나가버린다.;;;?!?! 상상도 못한 연출.. 원작의 흐름에서 보면 이해는 가는 연출인데 여기서 크리스티앙 캐릭터를 생각하면 조금 의아했음. 근데 크리스티앙도 시라노도 키스하고 아무 말도 못하고 보기만 하다 크리스티앙이 뛰쳐나가는 장면인데 어떻게 사람들이 웃을 수가 있지??;;;;거기다 내 옆의 여자는 오타쿠였는지 뭐였는지 둘이 키스하니까 혼자 막 너무 좋아가지고 yes!!!이렇게 감탄사를 뱉는 게 들렸다.. 왜????;;;; 어떤점이???쉬핑하는 애인가?;;; 아무리 후죠시라도 그렇지 이 타이밍에?;;아니 지금 관객 반응이 이래도 되는건가?;;했는데 나중에 ㅅ님이 이게 많이 무거워진거라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엄청 웃었다고 했다. 아니 이 싸이코패스들아.;;;왜 웃냐.;;;; 시라노가 벅찬 얼굴로 고백하려는 순간 컷아웃으로 암전되면서(여기 제임스가 허억하고 들이쉬는 숨 너무 좋음) 크리스티앙의 죽음을 알리고 가운데에 선처럼 조명이 들어온다. 가운데로 크리스티앙이 천천천히 걸어나와서 무대 맨 앞에 나온다. 그러면서 록산의 절규와 시라노가 록산을 위로하고..이렇게 글로 쓰면 괜찮아 보이는데 엄청 엄청 늘어진다. 대사들은 꽤 격하게 처리되는데 늘어진다. 완전 늘어진다... 크리스티앙의 죽음 중요한데 왜 이렇게까지..? 연출자 최애가 크리스티앙인건 확실한듯.. 문제는 크리스티앙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니까 그냥 그 장면의 전쟁의 비극~ 청년의 죽음~ 대충 이런걸로 느껴지고..그리고 몇십년 후로 넘어가서 시라노가 죽는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둘이 앉아서 얘기하는.. 원작에서도 조금 분량이 있는 장면이긴 했지만 이렇게 늘어지지 않는 장면을... 엄청나게 늘어지게 한다.. 체감상 2막이 1시간이면 크리스티앙 죽는장면 15분 여기 20분 나머지 20분인듯. 록산의 연기는 크게 다를 것 없이 그대로 이어지고(연기가 다 비슷해 보인단 얘기) 시라노는 몰아쉬는 숨으로 마지막 고백을 한다... 근데 이걸....지금 쓰는 이 글처럼....엄청나게...사이를 두고...거의 무슨 대사를 잊은 것 마냥....엄청 길게 한다....특히 록산이...근데 이건 연출이 애초에 디렉션을 늘어지게 한듯...그리고 이 장면에서도 계속 크리스티앙이 앞에 앉아있는다! 저기요! 퇴장해야하는 걸 잊은듯!ㅋㅋㅋ거기 앉아있으니 시라노도 왠지 크리스티앙을 사랑했던 것 같고 미쳐버린 다자연애 삼각관계같은데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만약 진짜로 시라노에게 크리스티앙에 대한 로맨틱한 감정이 있는 것이 디렉션이었다면 연출을 살) 계속 신경쓰이는 채로.. 시라노가 마지막 대사를 마치고 암전이 된다.. 마지막 장면 제임스 연기가 좋은 것 이외에는 너무 늘어져서 뇌속에서 무대 위로 뛰쳐나가서 랩하고 끝내는 상상을 계속 함. 그렇게 웃으면 안될장면이나 이해안되는 장면에서 계속 소리내 웃는 알수없는 관객들과 관극을 마쳤다..

좋았던 연출..시라노가 결투하는 장면은 귀여웠다. 마이크를 들고 검으로 찌르는 듯 찌르고 뒤에서 르브레가 마이크 줄을 잡아주고 그걸로 줄넘기도 하고 그 연출은 좋았다. 그것 말고 귀여웠던 장면은 원작에서 록산의 집 밑에서 크리스티앙 대신 시라노가 말해주는 그 장면이었는데 여기서는 의자 네개를 2개는 앞을 보게 두고 2개는 뒤를 보게 두어서 시라노 크리스티앙 록산 드기슈가 돌아가면서 의자를 앉았던 거 였다. 그 외의 장면은.....없네요... 원작의 코믹함과 로맨스 둘다 못살린거 같다. 특히 후자를 못잡은게 큰거 같은데 제임스는 최선을 다했고 연출의 톤이 문제인듯..슬프다...전체적으로 깔아지고 정적인 연극이었다.. 좀 가벼운 느낌도 있는 희곡을 가져다 이렇게 정적으로 만들다니.. 제임스 맥어보이 연기가 제일 장점이고 조연분들이 잘 해주셨다는 거 말고는 전부 불호이네요.. 특히 좋았던 배우들 미셸 어스틴(olivier awards에 노미니 되심), 드기슈 역을 맡은 톰 에든, 르브레 역을 맡은 아담 베스트. 아담 베스트 르브레는 제임스 시라노랑 같이 스코틀랜드 억양같은 느낌으로 쳐서 스코티쉬인가 했더니 북아일랜드 출신이라고 한다. 미셸 어스틴은 극 흐름을 정리해주는걸 잘했고 딕션도 좋고(ㅠㅠ) 아담 베스트랑 미셸 어스틴은 극 분위기에 맞춰서 최선을 다한 느낌이면 톰 에든은 약간 원작 희곡 생각나게 잘했다... 배우들이 전체적으로 톰 에든처럼 하면 이렇게까지 늘어질거같지 않은데 이게 드기슈 캐릭터때문일지도.ㅋㅋㅋ원작에서는 극혐했던 드기슈를 그래도 이해가도록 만들었다. 으 아침부터 헐벗을 남자들을 보게 될 줄 몰랐는데 하는거랑 시라노한테 잡혀서 헛소리 듣고있는것도 좋았다.. 1막의 웃음담당.. 그 외에는 살짝 아쉬운 배우들이 있었고 연출이 너무 아쉬움..제임스가 왜 이 연출이랑 자주하나했더니 스코티쉬 연출자라고 한다.^^...다음 연출은 연출스타일과 잘 맞는 대본을 선택하면 좋을 거 같다.. 연출은 나중에 차라리 비극으로 가거나.. 대본이랑 별로 안맞았다고 생각..빈 무대도 넓게 못쓰고 오히려 답답해보이게 된 거 같아서 아쉬움.

결론: 제임스 맥어보이의 구구절절 애절하면서도 살짝 괴팍한 시라노를 보고 싶다면 보세요. 시라노를 새롭게 각색한 버전이 궁금하면 ㅂ..ㅂ..보세요. 조금이라도 지루한거 못참으면 비추.(NT live라서 편집때문에 나아질 가능성 있음) 원작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면 실망할 가능성 엄청 큼.